지난 가을 생일 기념으로 안면도로 여행을 떠났어죠..도착해서 점심을 게국지를 먹고, 친구들과 함께 충남 태안에 있는 안면암으로 출발했어요.
평소 조용하고 자연과 가까운 곳을 좋아하는 편이라 가을바다를 보며 마음도 쉬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한 여행지였죠. 안면암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사진으로 본 바다 위의 부교와 사찰의 조화가 너무 인상 깊어서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어요.
서울에서 차로 몇 시간 걸리는 거리였지만, 가는 길 내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가을 풍경에 설레는 마음이 더해졌어요. 황금빛으로 물든 논과 들, 그리고 점점 붉어져 가는 단풍들을 보며 말 그대로 가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죠.
안면암에 도착했을 땐 생각보다 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놀랐어요. 관광객이 몰리는 유명 사찰들과는 달리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고, 바다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특별함이 느껴졌습니다. 바닷바람은 조금 차가웠지만, 오히려 그 선선함 덕분에 가을이라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안면암의 명물인 ‘부처님 가는 길’이라 불리는 부교로 향했어요. 이 부교는 바다 위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어서, 마치 바다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에요. 친구들과 나란히 걸으며 “우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고, 발 밑으로 찰랑이는 바닷물과 부드러운 햇살, 그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까지… 모든 게 한 폭의 그림 같았어요.
가을의 운치는 부교에서 더욱 진하게 느껴졌어요. 바다 너머로 살짝 물든 하늘빛과 붉게 물든 나무들, 그리고 고요히 흐르는 바람이 마치 시간마저 느리게 만드는 듯했죠. 걷다가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도 찍고, 서로의 사진도 찍어주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부교 끝자락에는 작은 불상과 함께 소원을 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는데, 우리 모두 조용히 한마디씩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어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각자의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이었달까요. 그 짧은 시간이 참 깊고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돌아오는 길엔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러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여운을 즐겼어요. 바다를 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참 특별했어요. 그렇게 가을의 끝자락에서 친구들과의 하루를 온전히, 그리고 소중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안면암 여행은 마음 한켠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아요. 누군가 힐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꼭 이곳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사찰, 바다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 그리고 가을의 고요한 아름다움까지… 모두가 조용히 마음을 채워주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