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주 여행 중에 용머리 해안에 다녀왔어요.
흐린 날씨라서 살짝 아쉽나 싶었지만, 오히려 그 흐림 덕분에 이곳의 분위기가 더 깊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용이 잠든 듯한 바위, 그리고 파도 소리
용머리 해안에 도착했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층층이 쌓인 거대한 암벽이었어요. 정말 용이 머리를 바다로 내민 것처럼 생겼더라고요. 사진으로만 보던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지니 순간 말문이 막혔어요.
거기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얼마나 웅장하던지… 그 소리만 듣고 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졌어요.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며 내는 ‘쾅’ 하는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어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돌의 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지고, 바다 냄새가 바람을 타고 가슴 깊이 스며들더라고요.
흐린 날씨가 만든 특별한 분위기
사실, 처음엔 맑은 날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흐림’이 이곳에 참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어요.
쨍한 햇살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조용하고 장엄한 느낌이 흐린 하늘 덕분에 더 살아났거든요.
이곳에서 걸으면서 괜히 목소리를 낮추게 되고, 잠시 멈춰 서서 가만히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웅장한 자연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어요.
다시 오고 싶은 곳
제주에는 참 예쁜 곳이 많지만, 용머리 해안은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한 곳인 것 같아요.
이곳은 '장엄하다', '경이롭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곳.
날씨가 맑든 흐리든, 파도가 잔잔하든 거세든, 용머리 해안은 늘 그 자리에 묵묵히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 제주를 다시 찾게 된다면, 또 한 번 이곳을 꼭 걸어보고 싶어요.
그땐 또 어떤 감정이 찾아올지 벌써부터 궁금하네요. 😊